'운수오진날' 유연석 "이상민·이정은 폭행 연기 부담, 그것보다 걱정된 건…" [인터뷰+]

입력 2023-12-14 12:07   수정 2023-12-14 12:09



웃어도 섬뜩하다. 배우 유연석에게 쏟아진 찬사다.

유연석은 지난 8일 공개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운수 오진 날'에서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마 금혁수 역을 연기했다. '운수 오진 날'은 평범한 택시기사 오택(이성민)이 고액을 제시하는 지방행 손님(유연석)을 태우고 가다 그가 연쇄살인마임을 깨닫게 되면서 공포의 주행을 시작하게 되는 이야기를 담았다. 동명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했다.

유연석이 연기한 금혁수는 살인을 덮기 위해 밀항을 결심한 인물이다. 예측할 수 없는 말과 행동으로 소름을 유발하는 그는 광기로 점철된 온전한 악인 그 자체를 보여줬다는 평이다. 광기 어린 눈빛으로 극을 이끈 유연석에게 함께 연기한 이정은도 "성격이 의심된다"고 극찬을 보내기도 했다.

이전까지 작품들을 통해 세련되고 자상한 이미지의 유연석는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컸었다"며 "재밌게 봐주신 거 같아서 다행"이라면서 웃었다.

다음은 유연석과 일문일답

▲ 섬뜩한 악인 연기였다. 어떻게 준비하고 연기했을까.

사이코패스라는 설정은 이전에도 많이 소개됐다. 그래서 어떻게 다른 느낌을 줄 수 있을지 논의를 많이 했다. 그중 하나가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는 거였다. 그리고 웹툰이 원작이라, 웹툰 속 혁수의 인상을 많이 가져오려 했다. 원작 속 혁수는 외모는 개구리처럼 기괴한데, 표정은 해맑았다. 택시 안에서 오택과 그 순간들을 즐기는 거 같더라. 천진한 사이코패스로 가려고 했다.

▲ 착하고, 순한 이미지가 강했다.

근래에 그런 이미지가 강해진 게 있다. 다정한 이미지를 많이 보여줬지만, 감독님은 악역을 했을 때 제 이미지를 알고 있었다. 그리고 제가 요즘 이런 역할을 많이 해서 선한 이미지에서 악역을 하면 낙차가 더 크지 않을까 싶었다.

▲ 사실 '응답하라 1994' 이전 영화 '화이', '건축학개론' 등 다방면으로 악역을 도맡아 하지 않았나. '칠봉이'와 '슬기로운 의사생활', '낭만닥터 김사부' 등으로 만든 착한 이미지에 대한 우려는 없었나.

부담감보다는 기대감이 있었다. 저에게 굳혀져 가는 선한 이미지를 깨고 싶었다. 배우로서 다양한 캐릭터를 소화하고, 저라는 배우를 생각했을 때 하나의 이미지로 굳혀지기 보단 다양한 얼굴, 다양한 이미지를 기대할 수 있겠구나 하는 호기심을 주고 싶다. 그동안 '선한 이미지야' 하는 것에 답답함도 있었다.

▲ 해보니 어떻던가. 감독님도 '나쁜놈'이라는 비하인드 영상도 있었다.

반응을 보니 재밌더라. 피해자의 엄마가 있는 장례식장을 찾아가 조문을 드리면서 슬퍼하는 사람들을 몰래 훔쳐봤다. 그걸 즐기면서 봤더니 '나쁜놈' 이런 반응을 하셨던 거 같다.

▲ 사이코패스를 어떻게 조사했을까.

다른 다큐멘터리, 영상 등을 찾아보고 '통증'이라는 특성이 있어서, 그 부분을 더 열심히 찾아본 거 같다.

▲ '내가 봐도 무섭다' 한 부분이 있었나.

무섭다기보단 정말 '정상은 아니네'라는 생각을 많이 했던 거 같다. 그 상황들을 연기할 땐, 무차별적인 살인을 하는 캐릭터다 보니 그 상황들이 이입을 안 하려 노력한 거 같다. '만약에 나라면'이라고 접근하기 시작하면 저도 소화하기 힘드니 계속 분리하려 많이 했다. 그리고 강아지가 나왔는데, 세밀하게 나오진 않았지만, 유기견 입양해 키우고 하니 그 장면을 찍는 게 힘들었다. 그래서 '편집 잘해달라'고 했다. (웃음) 그 상황이 좀 그랬다.

▲ 강아지뿐 아니라 이상민, 이정은 선배들도 계속 때리고, 다치게 하지 않나.

후배로서 너무 부담되고, 죄송한데, 연기할 때 편하지 않게 해주셨다. 선배님들도 때리는 사람이 더 마음이 불편하다는 걸 알고 계셨다. 그래서 더 잘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그리고 선배 배우들이 정말 리액션을 잘해주시고 분노의 감정을 잘 살려주셨다. 저는 살짝 웃고 쳐다만 봐도 공포스러운 인물이 될 수 있었다. 선배님들이 잘해주셔서 제 캐릭터도 잘 살았던 거 같다.

▲ 이정은 배우가 실제 성격을 의심하셨다.

연기를 잘 소화했다는 칭찬 같다.(웃음) 다들 아시겠지만, 그런 성향이 있는 건 아니다. 시청자 사석에서 얘기하는데, 어제 본 게 떠오른다고, 웃는 게 섬뜩하다고 한 사람들이 있긴 했다. 그래서 '재밌게 보셨구나' 싶었다. '악역을 즐긴다'는 반응도 있었는데, 즐긴다기 보단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 자체를 즐겼다. 얼마 전에 '슬기로운 의사생활' 정경호 형을 만났는데 '잘 어울린다'고 하더라. 잘 어울린다는 의미 같다.(웃음)

▲ 선한 이미지를 만든 신원호 감독님의 반응은 어떤가.

'좋은 거 같다'고 하시더라. 그리고 '낭만닥터 김사부' 유인식 감독님, 강은경 작가님도 1, 2부를 부산에서 보셨다. '운수 오진 날'은 '낭만닥터 김사부' 시즌3 특별출연할 때 동시에 찍었다. '우리 찍을 때 이거 한 거 아니냐'면서 '어떻게 이렇게 섬뜩하게 잘했냐'고 칭찬해주셨다.

▲ 여러 악역 연기 중에도 이번에 특히 호평이 이어진 이유가 뭘까.

처음 봤을 때부터 대본의 힘이 있었고, 모두가 치밀하게, 세밀하게 캐릭터를 만들어간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함께 연기한 선배님들이 다들 잘해주시니 그 시너지가 잘 드러난 거 같다. 이제 악역을 했으니 로맨스나 다른 역할도 도전해보고 싶다. 이번에 보여드린 것과는 다른 것들을 어떻게 보여드릴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다.

▲ 교복을 입고 고등학생 역할까지 했다.

큰 논란이 없어서(웃음) 비교적 성공적이었다 싶다. 하지만 촬영 전엔 부담이 있었다. 대본 보고 제가 할 거라 생각 안 했다. 혁수라는 캐릭터를 만들면서 다른 배우가 하기보다는 배우 본인이 하는 게 캐릭터 힘이 실릴 거 같으니 같이 해보자고 했다. 그래서 다른 어떤 장면을 준비하는 것보다 심적인 부담이 있었다.

▲ 혁수 캐릭터가 가장 돋보이는 순간이 있었나?

오택과 둘의 상황을 즐기는데, 택시에서 모습들이 그런 거 같다. 그래서 매운맛 핫바를 넣는 설정도 아이디어를 냈다. 무통증환자 다큐멘터리를 보니 매운 음식을 드시더라. 그래서 아주 매운 음식을 아무렇지 않게 먹는 장면에 대한 아이디어를 냈다.

▲ 체중을 8kg 정도 감량했다고 했다. 이유가 있을까.

드라마 끝내고 제 본래 체중보다 조금 불어있었고, 혁수를 생각할 때 조금은 날카로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적당한 선에서 빼야겠다는 생각에서 빼게 됐다. 뭔가 후덕한 사이코패스는 상상이 안 갔던 거 같다.(웃음) 지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 혁수는 마음 가는대로 행동하는 인물이다. 연기를 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부분은 없었나.

카타르시스라기보단, 아이라 생각했다. 재밌게 놀고 온 얘기를 하는 것처럼 자신의 살인담을 풀어나가려고 노력한 거 같다. 타인의 통제를 신경 쓰지 않는 아이 같은 설정이라 생각하고 행동했다. 제가 그렇게 평소에 행동하고 살진 않는다.(웃음) 다른 사람들과 교류가 안되니까,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진짜 실제로 호기심에 범법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실제로 있긴 하더라. 그냥 재밌어서. 그런 죄의식이나 이런 과정 없이 그런 걸 하면 섬뜩하겠다 싶어서 그 설정을 뽑았다.

▲ 얼마 전 청룡영화상 시상식에서 30년 진행을 끝으로 무대에서 내려가는 배우 김혜수 곁에 있지 않았나.

그 자리에 함께 있다는 것이 영광스러웠다. 저도 5~6년 했지만 매회 할 때마다 떨리고 힘들고, 긴장된다. 그런데 30년을 해오시고, 그 마지막 시상식 무대가 모든 영화인이 손뼉을 치면서 마무리하고 존경을 보낸 날이었다. 그 자체가 감격스러웠다. 다음 MC는 저도 모르겠다. 저도 계속 갈지 모르겠고. 그래서 저도 좀 막막하다.(웃음)

▲ 최근 웹 예능 '핑계로'에서 공개된 닭발라면 레시피가 소소하게 논란이 됐다. 유재석을 비롯해 이성민, 이정은까지 혹평을 했다.

너무 안타깝고 억울했다. 그건 제 레시피가 아니다. '굉장히 맛없다'고 하셔서, 제 지인들을 초대해서 끓여줬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 회사 식구들도 맛있다고 했다. 거기에서 라면을 안성탕면으로 했다더라. 제 레시피에 된장 베이스 안성탕면은 맞지 않는다. 진짬뽕이나 틈새라면으로 끓여야 한다. 닭발도 종류가 많은데 숯불닭발은 탄 부분이 남는다. 숯불닭발로 끓인 거 같다. 국물닭발 베이스로 끓여야 한다. 일단 유재석, 조세호 형을 다시 불러 끓여서 그런가 싶다. '운수 오진 날' 식구들은 연말에 다시 보자고 했는데, 그때 어떻게든 제 레시피 대로 끓여 드리고 제 유튜브 채널 '주말 연석극'을 통해 해명 방송을 하겠다.

▲ 유튜브 채널도 꾸준히 운영 중이다.

콘텐츠를 꾸준히 하고 있다. 뭔가 기획된 걸 하진 않지만. 이제 제가 작품 말고 저라는 배우를 알릴 수 있는 부분이, 요즘은 TV를 안 보는 사람도 많더라. 그래서 작품 외의 실제 모습을 보여드리고 하는 것들이 팬들도 원하고, 새로운 팬들도 접근하는 방법인 거 같다.

▲ 올해 데뷔 20년이다.

여러 가지로 의미 있었다. 그동안 시간을 돌아보면 열심히 한 거 같다. 팬미팅도 하고. 팬미팅에서 팬들이 그동안 영상을 정리해서 보여줬는데, 정말 많은 역할을 하고 여러 가지로 많이 도전했던 거 같다. 그런 것들이 좋은 성과로 다가와서 뿌듯하다. '운수 오진 날'이 연말까지 좋은 평을 받고 있어서 더 기분이 좋다. 다음에도 호기심이 가는 배우였으면 좋겠고, 어떤 이미지라도 어색하지 않은 배우였으면 한다. 그동안 새로운 것들을 도전할 때 호기심을 갖고 임했던 게 좋은 결과가 나온 거 같다. 좋은 반응, 그렇지 않은 반응 다양하긴 하지만 결국 제가 하고자 했던 것을 회피하지 않았던 게 좋았던 거 같다. 그게 20대가 아니었다면, 30대가 아니었다면 그렇게 못 했을 거 같다. 앞으로도 해왔던 대로 노력을 해야 할 거 같다.

▲ 데뷔 21년의 유연석은 어떨까.

숫자가 바뀐다고 해서 달라지는 건 없는 거 같다. 게을러질 수 있고, 주저할 수 있지만 이전처럼 새로운 이미지를 보여드리기 위한 열정은 계속 갖고 가고 싶다.

김소연 한경닷컴 기자 sue12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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